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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피플

말이 무너지면 세상이 무너진다

                                    청송사주지 범상스님 시인 수필가

 

인간은 말로서 살아남았고, 문명을 이룬 유일한 생명체가 되었다. 유발 하라리는 《싸피엔스》에서 여러 유원인들 중 우리조상들은 돌연변이를 통해 단순한 신호로서의 소통이 아니라 허구를 말하는 능력, 즉 미래를 약속하고 상상을 표현 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지게 되었고 한다. 이로 인해 일상의 한계를 뛰어넘는 대규모 인원 간에 일사분란 한 소통이 가능해졌고, 하나의 신념체계를 형성함으로서 국가와 같은 거대한 집단을 이루게 되었다는 것이다.

 

말이란, 생각하는 자도 자신이요! 내 뱉는 자도 자신이요! 처음 듣는 자도 자신이다. 이처럼 말은 입 밖으로 나가기 전에 자신의 마음과 몸에 가장먼저 기록된다. 더 나아가서 인간의 뇌는 모든 인식을 언어의 방식으로 저장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업(業)이란 한다. 어느 분이 사정이 생겨 유난히 귀가 큰 견종(犬種)인 ‘코카 스파니엘’을 잠시 맡긴 적이 있다. 함께 사는 구순의 할머니께서 ‘귀 너풀이’라 이름을 지었다. 보살님은 ‘귀가 유난히 커서 너풀대는 개’라고 마음에 저장한 것이다.

 

따라서 말은 상대와의 소통이라는 표면적 기능보다 자신을 통제하고 살펴야 한다는 수행의 측면이 우선됨을 알 수 있다. 불교에서는 일상생활 수칙에 해당하는 십선법(十善法)의 열 가지 항목에서 말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사실을 왜곡하여 꾸며대는 말’ ‘남을 속이는 말’ ‘이간질 하는 말’ ‘욕설과 같은 나쁜 말’ 등을 경계하고 멀어질 것을 당부한다.

 

언어(言語)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이때의 언(言)은 성현의 말씀으로 ‘말의 본보기’에 해당한다면, 어(語)는 ‘자신의 생각’이라 하겠다. 그래서 말이란 ‘성현의 가르침으로 다가서려는 개인의 의사표현’ 정도로 해설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대한민국의 언어수준은 망발에 가까운 최악에 해당한다. 얼마 전까지 국민사회자라고 불리는 송해 선생이 진행하는 <전국 노래자랑>에 이빨도 안 가린 어린아이가 구순의 어른께 “송해 오빠”라고 부르면 전 국민이 깔깔대고 웃는다. 오락방송이라는 특성을 감안해도 이것은 망발이다. ‘오빠’ 대신 ‘증조할아버지, 고조할아버지’ 정도로 부르며 귀여움을 떨어도 충분히 웃을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이 뿐만 아니라 요즘 홍수를 이루고 있는 노래대결 방송에서 어린아이들의 색끼 넘치는 춤과 노래는 어른들 뺨친다. 이것은 어릴 때 반드시 형성되어야 할 아이의 심성을 빼앗는다는 면에서 어른들이 자재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조언과 걱정에 대해 시대에 뒤떨어진 고리타분, 또는 꼰대라며 경시한다. 이러한 풍조는 우리사회를 더욱 깊은 나락으로 빠뜨린다. 자동차가 달릴 수 있는 것은 강력한 제동장치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지금처럼 허망한 재미를 부추겨 오직 자본을 챙기려는 저급한 대중문화는 점점 말초적 쾌락으로 하향의 길을 향함으로서 결국 사회발전 동력을 소멸시킨다.

 

생각이 무너지면 말이 무너지고, 말이 무너지면 행동이 무너진다. 생각은 밖으로 표현되지 않음으로 개인에 국한하지만, 상대에게 건네지는 말과 행동은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다. 현재 무너지고 있는 여러 가지 말 중에 ‘사랑’이라는 단어를 짚어보려 한다.

 

얼마 전 어느 점잖은 사무실, 시아버지의 칠순을 축하하여 며느리가 주었다는 패(牌)를 자랑하였다. “사랑하는 시아버님”이라는 문구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요즘 세태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며느리가 시아버지를 사랑한다는 말은 여러모로 합당하지 않다. 우리말에는 ‘사랑하다’와 ‘좋아하다’의 갈래와 ‘귀엽다’ ‘괴다’의 갈래로 구분된다. ‘사랑하다’는 마음과 육체를 나누는 사이에 어울리고, ‘좋아하다’는 동년배 간에 사용되어 왔다. 그리고 ‘귀엽다’는 어른이 손아래 사람에게, 아랫사람은 어른들께 ‘괴다’를 로서 존경을 표했다. 이때 ‘괴다’는 어른이 아랫사람의 자존은 받들어 ‘귀엽다’와 함께 쓰이기도 했다.

 

이렇게 갈래와 의미가 다른 말들이 어느 날부터 ‘사랑’이라는 말로 통칭되고 있다. 음식점에서는 짜장과 간짜장을 구별하면서도 말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간곡한 제안을 드린다. 어른들께는 ‘존경하다’ 손아래 사람에게는 ‘사랑하다’를 사용하여,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보살피고, 아랫사람은 윗사람의 가르침을 받드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이렇게 간곡히 말씀드리는 것은 존경받는 어른들이 더 이상 “세살 꼬마가 구순의 어르신께 오빠”라고 하는 말에 박장대소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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