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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목숨

파리 목숨

 

조병태 시인

 

허기진 파리 한 마리

주위를 살피면서 식탁 위에 내려앉는다

 

숨을 죽이고 살그머니 일어나

파리채를 가져왔다

 

정조준하고 내리치려는 순간

자신의 죽음을 눈치챘는지

다소곳이 앉아 두 손을 싹싹 빌며

목숨을 구걸한다

 

측은지심을 가지고

생사를 신중하게 결정하려는 순간

고개를 두어 번 갸우뚱거리더니

죽음의 활주로를 가볍게 이륙한다

 

구명의 애원을 자비심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알고

감사하며 떠나는가!

 

나에게도

결정적인 운명의

절박한 순간이 닥쳐온다면

얌전히 무릎 꿇고

두 손 싹싹 빌어 볼 거나.

 

 

 

 

 

 

 

 

인간의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씨로 다른 사람의 불행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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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8_FRI